당신은 ADHD가 아닙니다
100명 중 86명은 ADHD가 아닙니다. 나머지 14명의 약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생 한 명이 면담 중에 말했습니다. 의사에게 ADHD 진단을 받았다고. 말하는 방식이 이상했습니다. 고백이 아니었습니다. 방패였습니다. 논문 진도가 늦은 이유, 선행연구 정리가 안 되는 이유, 마감을 넘긴 이유가 전부 그 진단명 뒤에 정렬되어 있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모든 지연이 설명됐고, 그녀는 그 문장 안에서 편안해 보였습니다.
저는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진단을 받기 전과 후에, 논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까.”
그녀는 잠시 멈췄습니다.
“쓰지 못하는 이유가 생겼으니까, 좀 나아졌어요.”
“쓰지 못하는 이유가 생긴 것과, 쓸 수 있게 된 것은 같은 겁니까.”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 침묵이 시작이었습니다. 몇 달 뒤, 그녀는 스스로 말했습니다. ADHD가 아니었다고. 자기가 두려웠던 것은 산만함이 아니라, 이 논문이 자기 능력의 한계를 증명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고. 진단명은 그 가능성을 열어보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가장 깔끔한 문장이었다고.
이 글은 그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어딘가 불편해진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성인 ADHD 진료 인원은 2020년 25,297명에서 2024년 122,614명으로 4.85배 늘었습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체 ADHD 진료 환자는 같은 기간 8만에서 25만으로 증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25%가 자신에게 ADHD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PMC, 2025), CDC 기준 7.8%가 진단을 자가보고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성인 ADHD 유병률 추정치가 약 3%인데, 진단을 받은 성인은 9%에 불과합니다(TDAH France). 숫자만 보면, ADHD가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Sibley(2023)의 분석을 보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자기보고식 ADHD 선별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성인 100명 중, 86명이 위양성입니다. Chamberlain et al.(2021)은 더 직접적입니다: 자가 선별에서 ADHD 유사 증상을 보고하는 성인의 약 90%가 실제 ADHD가 아닙니다.
이것은 임상 선별도구의 수치입니다. TikTok은 임상 선별도구가 아닙니다. BBC(2026.03) 보도에 따르면 TikTok ADHD 영상의 52%가 부정확하고, PLOS ONE(Yeung et al., 2025)은 인기 영상 다수가 진단 기준이 아닌 일상 행동을 ADHD로 제시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알고리즘은 정확성이 아니라 공명을 증폭합니다. “나도 그렇다”는 느낌은 정보가 아닙니다. 정서적 반향입니다.
ADHD 진단은 가벼운 절차가 아닙니다. 표준 성인 평가는 2~6시간, 1~3회 세션에 걸칩니다. 구조화된 임상 면담, 신경심리검사, 아동기 발달력 확인, 동반질환 감별이 포함됩니다. 한국에서 진단명을 부여하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어떤 나라에서든 “15분 상담 후 처방전”이 표준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도 의사는 틀립니다. JAMA Network Open(2021)은 4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아동·청소년 ADHD 과잉진단의 “설득력 있는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Cambridge 연구진(2026.03)은 반대로 과소진단이 더 크다고 반박합니다. 과잉진단과 과소진단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정직한 요약입니다.
진단 체계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완전한 체계의 이름을 자기 정체성의 기둥으로 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왜 이 라벨을 원하는 걸까요.
제 연구에서 다뤄온 개념 중에 Affective Suppression Fatigue(감정 억제 피로, ASF)가 있습니다. 감정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면, 억제 자체가 인지 자원을 고갈시키고, 결국 자기 감정 상태를 정확히 명명하는 능력이 무뎌집니다. 제가 보기에, ADHD 라벨의 대중적 소비는 ASF의 한 변형입니다. 자기 산만함의 원인을 감당하는 피로가 누적되면, 외부에서 이름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해소 전략이 됩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피로를, “나는 ADHD니까”가 즉시 종결시킵니다. 감정 명명의 외주화입니다.
Ian Hacking은 이 순환을 철학적으로 포착한 사람입니다. 그의 “looping effect” 개념에 따르면, 정신의학적 분류는 기존의 사람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류에 맞는 사람을 만들어냅니다. 분류가 생기면 사람들이 자신을 그 안에 맞추고, 그 행동이 다시 분류를 강화합니다. 최근 연구(”It starts on TikTok,” Chevalier, 2024)는 소셜미디어가 이 순환을 가속시킨다는 예비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Nick Haslam(2016)은 이 현상의 의미론적 측면을 “concept creep”으로 설명했습니다. 원래 임상적으로 한정된 개념이 일상어로 확산되어, “트라우마”가 전쟁에서 불쾌한 대화로, “ADHD”가 신경발달장애에서 “오늘 집중이 안 되는 날”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Hacking과 Haslam은 현상을 기술합니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그 현상 아래의 동기 구조입니다.
Erikson의 정체성 이론에서 James Marcia가 도출한 identity foreclosur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충분한 탐색 없이 정체성에 조기 헌신하는 상태입니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불편합니다. 열어두면 답이 없을 수도 있고, 열어둔 자리에서 자기 한계를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ADHD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그 질문을 닫습니다. 라벨이 답이 되는 순간, 탐색이 끝납니다.
정신분석은 한 겹 더 깊이 들어갑니다. Winnicott의 false self는 환경의 요구에 맞추어 구성된 적응적 자기입니다. 진짜 자기의 취약함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흥미로운 역설이 있습니다. 진단 라벨이 새로운 형태의 false self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ADHD다”라는 문장은 “나는 게으른 것이 아니다”를 방어합니다. “나는 무능한 것이 아니다”를 방어합니다. 방어 자체는 인간적입니다. 그런데 방어가 탐색을 대체하면, 보호가 감옥이 됩니다. 제 박사과정생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영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마트폰 중독, 과도한 미디어 노출, 게임은 확실히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많은 사람이 ADHD 없이도 집중 문제를 경험합니다. 근본 원인을 인식하지 못하니, 증상만 보고 ADHD라고 결론을 내립니다.”(조선일보, 2025.12) 수면 부족, 과로, 만성 스트레스, 불안장애가 만드는 주의력 저하는 ADHD와 증상이 겹칩니다. 원인은 다릅니다.
그 “다름”을 견디지 못할 때, 라벨이 들어옵니다.
결과는 구체적입니다. 콘서타(메틸페니데이트) 처방은 2020년 143,471건에서 2024년 337,595건으로 2.4배 늘었고(Korea Times, 2026.01), 2025년 1~9월 19세 이하 남성 113,263명, 여성 49,209명이 처방을 받았습니다. 여성 수치는 이미 2024년 연간 총계를 넘겼습니다. 강남·서초·송파 지역 10대 처방률이 전국 최고입니다. 약은 부족해졌고, 실제 환자가 약을 구하지 못합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10대에 진단받고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살아온 한 20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ADHD가 도둑맞았습니다.”
이 글은 ADHD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ADHD는 신경발달장애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은 라벨 하나로 요약할 수 없을 만큼 무겁습니다.
이 글이 묻는 것은 하나입니다.
ADHD라는 이름이 편했던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 편안함은 진단이 준 것이 아닙니다. 탐색을 멈출 수 있게 된 안도가 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도의 유통기한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박사과정생은 결국 논문을 썼습니다. ADHD라는 이름을 내려놓은 뒤에. 그녀가 직면해야 했던 것은 산만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고, 그것은 어떤 진단명보다 무거웠지만, 적어도 자기 것이었습니다.
Foucault는 말했습니다. 근대 의학은 인간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라는 주체로 구성한다고. 진단은 기술이 아니라 구성입니다. 그 구성이 임상적으로 정당할 때, 진단은 출발점이 됩니다. 정서적 편의를 위해 소비될 때, 진단은 당신이 당신 자신을 만나는 것을 가장 세련되게 방해하는 문장이 됩니다.
출처 / References
Sibley, M.H. (2023). The Ability of Self-Report Methods to Accurately Diagnose ADHD. SAGE Journals. DOI: 10.1177/10870547231177470
Chamberlain, S.R. et al. (2021). Cited in NCBI, Impact of Misdiagnosis, Bias, and Stigma, NBK606330.
Haslam, N. (2016). Concept creep: Psychology’s expanding concepts of harm and pathology. Psychological Inquiry, 27, 1-17.
Hacking, I. (1986/2002). Making up people. In Historical Ontology. Harvard University Press.
Marcia, J.E. (1966).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ego-identity statu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5), 551-558.
Winnicott, D.W. (1960). Ego Distortion in Terms of True and False Self. In The Maturational Processes and the Facilitating Environment. Hogarth Press.
Kazda, L. et al. (2021). Overdiagnosis of ADHD in children and adolescents. JAMA Network Open.
Yeung, A. et al. (2025). A double-edged hashtag: Evaluation of #ADHD-related TikTok content. PLOS ONE. DOI: 10.1371/journal.pone.0319335
Chevalier, N. (2024). It starts on TikTok: Looping Effects and The Impact of Social Media on Psychiatric Terms. ResearchGate.
BBC (2026.03.19). False online posts fuel self-diagnosis, says study.
Korea Times (2026.01.11). ADHD ‘study drug’ prescriptions surge among children, teens.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 ADHD 진료 통계.
조선일보 (2025.12.27). 너도나도 ADHD 호소: 진짜인가, 방패막인가.
Cambridge University (2026.03.06). No evidence ADHD is being over-diagnosed, say experts.
Cortese, S. et al. (2025). ADHD in adults. World Psychiatry. DOI: 10.1002/wps.21374
TDAH France. The complex journey of an ADHD diagnosis in adulthood.
Kim, E.Y. (2025.12). Interview, Chosun Ilbo.

